옐로우워터 (도넛레터)

슬랙의 #daily-to-do 채널은 오늘의 할 일을 우선순위별로 공유하는 곳입니다. 매일 오전 시간대 혹은 본인이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에 우선순위를 정리해서 올립니다.

슬랙의 #commute-share 채널은 각자의 근태 상황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근태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네, 저는 좀 거시적으로 생각하는 면이 있어요. 예를 들면 1000년, 10,000년 같은 정말 큰 주기로 봤을 때 인간의 존재의 목적은 번식이거든요. 기본적으로 사람은 그 번식의 역할을 마치게 되면 모든 신체나 뇌의 기능이 점점 쇠퇴하게 돼있어요. 그럼 이 짧은 인생에서, 심지어 비혼주의자였던 저는 이 세상에 살아있을 이유가 뭘까 라고 물을 정도까지 깊게 들어 갔었어요. (웃음) 그래서 저는 ‘이 세상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영향력을 미치든지, 그만한 어떤 결과물을 남겨놓고 죽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 그것의 시작이 도넛레터 입니다.

저의 첫 직장은 대구에 있는 데일리라이크 라는 리빙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였어요. 거기서 온라인 MD도 하고, 생산 관리도 하고, 영업도 뛰고 했죠. 그러다 키덜트 카테고리가 한창 뜨기 시작할 그 당시에 꽤 괜찮은 상품 아이템을 발견했고, 그 아이템만 가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창업을 해야되겠다 생각해서 무작정 500만원과 캐리어 하나 끌고 일주일만에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게 제 첫 사업의 시작이었어요. 아이템이 좀 좋고, 각종 매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보는 매거진에 인터뷰까지 실리고 하다 보니, 그 나이 때 저 혼자만의 어쭙잖은 착각에 빠져서 성공했다고 느꼈었어요. (웃음) 그 사업은 한 3년 정도 운영하다 결국 망했어요.

그 후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계속 생각하다가, 그 때 당시에 라이프스타일 편집샵들이 굉장히 트렌드였던 시대였거든요. 편집샵의 비즈니스 논리나 구조를 제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생각했고, 도메스틱 디자인 브랜드들이 독창성과 매력있는 상품들은 많은데 대부분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어내지 못해서 그냥 공방 비슷하게 운영하다 접는 상황들을 많이 보면서 아쉬웠어요. 그래서 소비자의 접점을 내가 만들어야겠다, 이 좋은 브랜드들을 소비자들에게 내가 잘 알려야되겠다, 이런 생각으로 온라인 편집샵을 시작하게 되었죠. 편집샵 역시 운영하면서 삽질도 많이 하고, 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 PMF를 찾는 날이 와요. 하지만 PMF를 찾기 전에는 엄청 고생했었죠. 피골이 상접해져서 건강이 안 좋아지고 저도 모르게 인터넷 검색창에 개인파산, 개인회생을 찾고 있고.. 그런 시절도 있었네요. (웃음)

타겟 피봇을 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상품을 하나 터뜨리게 되면서 그 때부터 정말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어요. 거래액도 꽤 커졌었구요. 특정 카테고리 — 남성복 바지 — 에선 메이저 업체들도 저희를 견제할 정도로 우리만의 킬러 콘텐츠들이 있었어요. 그 때 당시에 업계에서는 ‘어쭈, 쟤네 뭐지?’ 이런 시선을 받기도 하던 때였죠.

그렇게 계속 운영하다가 실물 상품을 다루는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팀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심지어 규모의 경제 없이 가격 경쟁 우위를 가지지 못하면 결국 유리천장에 부딪히는 일만 하겠구나 라는걸 깨닫고 그 비즈니스에 대해 굉장한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더 성장할 수 있는 팀빌딩도 제가 못했고요. 그래서 나보다 재원과 자원이 더 많은 곳에 이걸 매각해서 더 좋은 시장을 만들어줬음 싶겠다 해서 명품 유통사에 매각을 했죠.

과거에 제가 했던 일은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시장 논리나 비즈니스 관점으로도 한치 앞만 봤어요. 당장 내가 이번 달, 이번 년도에 이만큼의 매출액, 거래량을 키웠을 때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을 봤죠. 하지만 도넛레터는 기본 시작부터 5년, 10년 뒤에도 내가 갈증을 끊임 없이 느낄 수 있는 일이냐는 물음으로부터 시작 되었어요.